컬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합니다

2025-09-28, 조회수 :18, 작성자 : 영천중부교회

하나님, 때로 병들게 하심을 감사합니다. 인간의 약함을 깨닫게 해주시기 때문입니다.

가끔 고독의 수렁에 던져 주심도 감사합니다. 주님과 가까워지는 기회가 되기 때문입니다.

일이 계획대로 안 되고 뒤틀어짐도 감사합니다. 저의 교만을 반성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돈이 떨어지고 사고 싶은 것도 마음대로 못 사게 하심도 감사합니다. 눈물 젖은 빵을 먹는 심정을 이해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자식들이 공부를 기대만큼 안 하고, 아내가 미워지고, 어머니와 형제들이 짐스러워질 때도 감사합니다. 그래서 그들이 저의 우상이 되지 않게 하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허무를 느끼게 하고, 때로는 몸이 늙고 아프게 하심도 감사합니다. 그럼으로 인하여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불의와 부정이 득세하는 세상에 태어난 것도 감사합니다. 하나님의 의를 사모하기 때문입니다.

제게 잘못하고 저를 비방하는 사람들이 있게 하심도 감사합니다.

그럴수록 더욱 겸손해지고 더욱 노력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밤, 잠 못 이루고 뒤척이게 하신 것도 감사합니다. 그래서 병들고 고통받는 이웃들을 위해 기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게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을 주신 것을 더욱 감사합니다.


앞에 내용은 대한민국 최초의 시각장애인 박사이자 백악관 국가 장애위원회 정책 차관보를 역임하며 전 세계 장애인들에게 희망의 빛이 되어준 강영우 박사님의 기도문입니다. 그는 열네 살에 축구 공에 맞아 시력을 잃고, 어머니와 누나마저 잃는 등 칠흑 같은 어둠과 절망 속에서 살아야만 하는..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했던 바로 그 자리에서, 모든 것을 주관하시는 하나님을 만났습니다.

그의 감사는 '~해서''무엇 때문에~ 감사하는 조건부 감사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병들고, 고독하고, 실패하고, 가난해지는 고통의 현실 '때문에' 감사하는 역설의 감사였습니다. 그는 실명했기 때문에 하나님께 더 의지할 수 있었고, 가난했기 때문에 연약한 이웃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으며, 실패했기 때문에 교만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고 고백합니다. 상실과 고통의 가시가 오히려 주님께 더 가까이 나아가는 은혜의 통로가 된 것입니다.

그의 기도의 마지막 구절은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이 모든 역경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을 주신 것 자체에 '더욱 감사'하는 그의 모습은, 감사의 최상급이 무엇인지를 보여줍니다. 환경과 조건을 뛰어넘어,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선하신 뜻을 신뢰하며 드리는 감사. 바로 그것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원하시는 '범사에 감사'의 모습일 것입니다.

혹시 지금 원치 않는 고난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계십니까? 감사는커녕 기도의 문조차 열기 어려운 분이 계십니까? 강영우 박사님의 기도문을 조용히 읊조리며, 우리의 시선을 문제 너머에 계신 하나님께로 돌이켜 봅시다. 우리가 겪는 모든 일들이 결국엔 합력하여 선을 이루실 것을 믿으며, 이번 한 주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를 고백하는 은혜가 우리 모두에게 있기를 소망합니다.